시골의 향기를 품은 꽃, 찔레꽃의 추억과 꽃말 이야기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찔레꽃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시골 출신이라 어릴 적부터 찔레꽃과 함께 봄과 초여름을 맞이했다.
논두렁, 밭두렁, 마을 어귀에 자연스럽게 피어 있던 그 하얗고 수수한 꽃.
찔레꽃은 장미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들장미라고도 불린다.
장미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순백의 작은 꽃잎에서 풍겨오는 향기는 어릴 적 봄날을 그대로 불러온다.
찔레꽃이 피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자연 속으로 나가곤 했다.
따뜻한 햇살 아래 피어 있는 찔레꽃을 바라보며 뛰놀던 그 시절. 손등이 찔레 가시에 살짝 긁히면 “아야” 하면서도 그리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오히려 그 작은 상처조차도 자연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 반가웠다.
찔레꽃 향기는 유난히 강렬하고도 달콤해서, 지나가는 바람 속에서도 쉽게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찔레꽃 향기를 맡는 순간, 고향의 봄과 어머니의 손길 같은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런 찔레꽃에도 꽃말이 있다.
찔레꽃의 대표적인 꽃말은 “순결한 사랑”, “고향에 대한 그리움”, “추억” 이다.
이 꽃말만 보아도 찔레꽃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화려한 도시의 꽃들과는 달리 찔레꽃은 조용하고 정겨운 존재다.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둔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고, 어느새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녹여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찔레꽃은 시에서나 노래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찔레꽃 하얗게 피는 날~’로 시작하는 노래는 많은 사람들의 고향과 어머니를 떠올리게 만드는 곡으로 사랑받아 왔다. 그만큼 찔레꽃은 한국인의 정서 속에서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꽃이다.
찔레꽃은 관상용보다는 야생에서 자연스럽게 피는 꽃이다.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찔레꽃은 삶의 순수함과 겸손함을 닮아 있다.
뾰족한 가시 속에 순백의 꽃을 품고 있는 찔레꽃은, 때로는 우리가 삶 속에서 지켜야 할 마음의 자세를 일깨워주는 것 같다.
거칠고 메마른 삶 속에서도 순수함을 간직한 채 피어나는 찔레꽃처럼 말이다.
요즘 도시에서는 찔레꽃을 보기 힘들다.
가끔 교외나 산책길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면 그 순간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그 향기를 들이마시면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 어린 시절의 기억과 소중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찔레꽃은 나에게 단순한 꽃이 아니라, 기억 속 한 페이지이고, 고향의 냄새이며, 그리움의 상징이다.
계절은 다시 찔레꽃이 피는 시기로 접어든다.
혹시라도 어딘가에서 찔레꽃을 마주치게 된다면, 그 앞에서 잠시 멈춰 서보자. 그리고 조용히 향기를 맡으며,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추억 한 조각을 꺼내어 미소 지어보자.
그 순간, 바람과 함께 고향의 봄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