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장은 시인, 승려,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 선생이 직접 설계하고 살았던 집
진리를 찾는 공간, 심우장에서 만난 만해의 정신
한용운 선생이 직접 설계한 집, ‘심우장’에 담긴 깊은 뜻
성북구 둘레길을 따라 걷던 어느 날, 우연히 ‘심우장’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들어선 골목. 이곳에 이런 공간이 있을 줄은 몰랐다.
조용한 주택가 사이로 자리한 심우장은 시인, 승려,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 선생이 직접 설계하고 살았던 집이다.
‘심우장’이라는 이름은 ‘소를 찾는 집’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는 불교에서 깨달음을 상징하는 존재다.
결국 이 집은 진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는 만해의 의지를 담은 공간이자,
수행자의 집인 셈이다. 외형은 평범하지만 곳곳에 만해의 철학과 삶의 방식이 녹아 있다.
심우장은 1933년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한옥으로, 당시 서울 성북동은 도심에서 벗어난 조용한 지역이었다.
만해 선생은 이곳에 자발적으로 은거하며 저항과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이 집의 북쪽을 향한 구조는 일제에 대한 상징적 저항으로 해석된다.
조선시대 풍수지리에서는 집의 방향을 남쪽으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심우장은 북향이다.
이는 일본 왕이 있는 방향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설도 있다.
이 집에는 대청과 방, 작은 마당, 그리고 소박한 정원이 있다.
기와와 나무, 흙으로 지어진 공간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이 만해의 고결한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무의 그림자,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 그리고 한적한 고요 속에서 당시의 시간들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집 안에 놓인 그의 유품들과 기록들이다.
만해는 이곳에서 님의 침묵을 비롯한 작품을 집필하며 조국의 미래를 고민했고, 또 많은 제자들과 교류했다.
이곳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한 사상가의 정신적 요람이었던 셈이다.
심우장을 보고 나오는 길, 마음속에 묵직한 울림이 남았다.
눈에 보이는 건 오래된 한옥 한 채였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너무도 깊고 넓었다.
역사란 단순히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이처럼 조용히 숨 쉬는 공간 속에서도 살아 있음을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