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는 좋은데… 출산 크레디트 비용은 왜 국민연금 가입자 몫일까?
요즘 정부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출산 크레디트’ 제도입니다.
출산을 장려하고, 아이를 낳은 가정에 보탬이 되도록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인정해주는 제도인데요.
아이 한 명을 낳으면 연금 가입 기간 6개월, 두 명 이상이면 최대 1년까지 추가로 인정해주는 방식입니다.
얼핏 보기엔 출산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정책처럼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의문이 생깁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부분은 바로 출산 크레디트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 부담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출산을 하지 않은 사람, 혹은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는 사람도 결국 이 제도로 인해 누군가의 연금 수급 기간 증가를 뒷받침하게 되는 구조인 것이죠.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자가 낸 보험료로 미래의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사회보장 제도입니다.
물론 사회 연대성을 바탕으로 일부 조정이 있긴 하지만, 출산이라는 개인적 선택의 결과에 따른 보상을 왜 전체 가입자가 함께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공감대가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특히 20~40대 젊은 세대는 지금도 '내가 나중에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다가온다는 뉴스가 반복되는 가운데, 출산 크레디트와 같은 제도로 연금 지출이 더 늘어난다는 사실은 연금에 대한 신뢰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내가 낸 연금이 나를 위해 쓰이기는커녕, 다른 사람의 출산 보조에 쓰인다?’는 생각은 공정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죠.
물론 출산율 하락은 우리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장기적으로 노동 인구 감소, 경제 성장 둔화,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 등 다양한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개입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해법이 특정 세대나 집단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라면, 오히려 갈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출산 크레디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첫째, 정부 일반 재정에서 이 비용을 충당할 수는 없는가입니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출산 장려책이라면, 그 비용 역시 국민 전체 세금에서 충당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 출산과 연금 제도를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산 장려는 복지 정책, 국민연금은 노후 보장 정책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명확히 구분해야 제도 설계의 혼란을 막을 수 있습니다.
셋째, 출산 크레디트 외에도 실질적인 육아 지원책 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연금 가입 기간 몇 개월 더 늘려주는 것으로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것이 이미 많은 연구와 해외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출산 장려는 분명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그 비용과 책임을 어디까지,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는 더욱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당장의 출산율 수치만을 쫓기보다, 국민 개개인이 공감하고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출산 장려도, 연금 제도도 모두 지속 가능한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