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창문을 열자 습한 기운이 훅 들어온다. 계절은 어느덧 초여름에 접어들고, 햇살은 따가워졌으며, 공기 속엔 묘한 눅눅함이 감돈다. 망설임이 잠깐 스쳤지만, 미리 준비한 등산화를 다시 꺼내 신고 가볍게 배낭을 멘다. 땀이 흐를 걸 알면서도, 숨이 차오를 걸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산을 향한다. 도심을 벗어나 산에 들어서면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도시의 소음이 점점 멀어지고, 사람들의 말소리 대신 새소리와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귀를 채운다. 더워서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습한 공기 속에 옷은 쉽게 달라붙지만, 나는 그마저도 이상하게 좋다. 산을 오르며 나는 조금씩 나와 마주하게 된다. 평소엔 바쁘다는 핑계로, 사람들과의 관계에 치여서, 혹은 일상의 수많은 문제들 속에 파묻혀 잘 들여다보지 못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