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생각나는데 요즘은 혼밥을 잘 못하겠다.
물결처럼 밀려오는 봄바람 속, 쿠우쿠우에서 우연히 맛본 멍게롤은 내게 바다의 향기를 입안 가득 안겨주었다.
얇게 썬 감태 위에 고명처럼 얹어진 멍게 한 점. 그 한입이 내 입맛과 취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실 멍게는 그동안 즐겨 먹는 해산물은 아니었다. 특유의 향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고, 식감도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태와 만난 멍게는 전혀 달랐다.
두 재료가 만난 그 조합은 마치 바다를 통째로 삼킨 듯한 느낌을 주었고, 나도 모르게 "멍게, 이렇게 맛있었나?" 하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감태는 김보다 얇고 부드러우며, 특유의 녹색빛과 은은한 바다 내음이 매력적이다.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감태는 강한 개성을 가진 멍게의 향을 부드럽게 감싸주며 조화롭게 중화시켜 준다.
멍게의 바다 내음이 진하지만 불쾌하지 않고, 감태 덕분에 오히려 향긋하고 깊은 풍미로 다가왔다. 초밥 위에 올라간 조미된 밥과 감태, 멍게, 그리고 간장 한 방울까지. 이 조화는 바다에서 바로 건져 올린 듯한 순수한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멍게는 단백질, 아연, 셀레늄, 요오드 등이 풍부한 건강한 해산물이다.
특히 면역력 강화에 좋은 성분이 많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단에도 종종 활용된다.
감태 역시 미네랄이 풍부하고 항산화 작용을 도와주는 식이섬유가 많아 건강한 먹거리로 손꼽힌다.
이런 두 재료가 만나 입은 물론 몸까지 만족시키는 음식이 되었으니, ‘바다를 통째로 맛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이번에 처음 멍게롤을 맛보면서 느꼈다.
새로운 맛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조금만 용기를 내어보면,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풍미와 감동을 만날 수 있다는 것.
특히 자연의 맛이 잘 살아있는 초밥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경험이고, 감성이다.
감태+멍게 조합은 그야말로 초밥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초밥집에 가면 무조건 한 번은 멍게롤을 주문할 것 같다. 한입 가득 바다를 담아낸 그 맛이 자꾸만 생각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먹지 않던 멍게가 이제는 기다려지는 음식이 되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어쩌면 음식도 사람처럼, 만나는 타이밍과 함께한 조합에 따라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시즌 상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너무 맛있었다
이 글을 보는 독자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감태와 멍게가 만난 초밥을 꼭 한번 맛보시길 바란다. 바다의 향기를 오롯이 담은 그 한입이, 당신의 미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