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는 바로 산에서 고사리를 뜯는 장면입니다.
저도 어릴 적, 부모님이 마을 뒷산에 올라 고사리를 한가득 채집해 오시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집에 돌아오셔서 커다란 솥에 물을 올리고, 정성스레 고사리를 데치시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따스한 봄의 한 페이지입니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습니다. 왜 꼭 고사리를 데쳐야 하는지, 단순히 질감을 부드럽게 하려는 이유만은 아니었더라는 걸요.
고사리를 반드시 데쳐야 하는 이유
고사리는 자연 상태에서 섭취하면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이 성분은 발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많은 양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 성분은 고온에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끓는 물에 데쳐낸 후 물에 충분히 우려내는 과정을 거치면 독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즉, 고사리를 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데치고, 물에 담가 우려내는’ 전처리 과정이 필수인 셈입니다.
보통은 데친 후 찬물에 하루 이틀 정도 담가두고, 중간중간 물을 갈아주는 방식으로 독성을 제거합니다.
고사리의 건강 효능
그렇다면 굳이 이렇게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고사리를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풍부한 영양소 덕분입니다.
식이섬유 풍부
고사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운동을 도와주고, 변비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겨우내 활동량이 줄어든 몸에 봄철 고사리는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는 채소로 각광받습니다.
비타민 B군 함유
피로 회복과 신경 안정에 좋은 비타민 B1, B2가 들어 있어 봄철 춘곤증 해소에도 효과적입니다.
칼륨과 칼슘의 조화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주는 칼륨이 많아, 고혈압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뼈 건강에 중요한 칼슘도 함유되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중장년층에게도 좋은 식재료입니다.
저칼로리 식품
다이어트 식단을 구성할 때도 고사리는 좋은 선택입니다.
칼로리가 낮아 포만감은 유지하면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요.
섭취 시 주의사항
고사리는 건강에 좋은 식재료지만, 몇 가지 주의할 점도 함께 알아두면 좋습니다.
덜 데친 고사리 섭취 금지
앞서 언급한 프타퀼로사이드 성분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고사리는 장기적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반드시 충분히 데치고 우려낸 후 조리해야 합니다.
임산부, 어린이 과다 섭취 주의
특히 면역력이 약하거나 위장이 민감한 사람은 고사리를 너무 자주,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관 시에도 신선하게
데친 후 남은 고사리는 냉동 보관이 가능하지만, 해동 후에는 빠르게 조리해 먹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오래 두면 향도 변하고 식감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고사리, 봄을 담은 건강한 밥상
요즘은 마트에서도 손쉽게 삶은 고사리를 구입할 수 있지만, 봄이 되면 일부러 산에 올라 직접 채취해오는 분들도 많습니다.
나물 반찬으로 무쳐 먹거나 육개장, 나물밥 등에 활용해도 맛있지요.
특히 김치와 함께 곁들여 먹는 고사리 나물은 고기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데도 효과적이라, 명절이나 제사 음식으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자연이 주는 봄의 선물, 고사리. 그 속에는 부모님의 손길이 깃든 정성과 더불어 우리 건강을 지키는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번거롭지만 꼭 필요한 데치기 과정을 거쳐, 안전하고 맛있게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