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별미, 고향의 추억 담긴 오이 간장 무침
봄이 오면 유독 생각나는 채소가 있다. 아삭한 식감과 싱그러운 맛이 매력적인 ‘오이’다.
더운 여름철에만 어울릴 것 같은 이 채소지만, 알고 보면 봄부터 제철로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식재료다.
요즘 같이 따뜻한 햇살과 바람이 어우러진 봄날이면, 고향에서 먹던 오이 간장 무침이 떠오른다.
고향집 마당 한쪽 텃밭에선 해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오이 모종을 심는다.
싱그럽게 올라온 넝쿨을 따라 자란 오이들은 길쭉하고 반질반질한 모습으로 탐스럽게 열리곤 했다.
그렇게 자란 오이를 따서 바로 무쳐낸 것이, 바로 ‘오이 간장 무침’이다.
간단하지만 그 맛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나는 지난봄 고향에 내려갔을 때, 두 번이나 오이 간장 무침을 만들어 먹었다.
하나는 점심에 엄마가 해주신 것이고, 또 한 번은 이튿날 내가 직접 만들어 본 것이다.
얇게 썬 오이에 간장 한 숟갈, 고춧가루 약간, 다진 마늘, 참기름 몇 방울을 넣고 살살 무쳐낸 그 맛. 간장으로 간을 맞추니 오이 특유의 시원함이 더 살아났고, 고춧가루가 은근한 매콤함을 더해줘 자꾸 손이 갔다.
이번에 오이간장무침을 만든 오이는 근처에 사시는 고모가 오이를 재배하신다.
평생을 하우스 농사로 오이를 재해하시는데 올해처럼 힘들게 오이농사를 지은건 처음이라 하셨다.
등산 갈 때 도시락 반찬으로도 이 오이 간장 무침만 한 게 없다.
땀 흘리고 난 후 아삭하고 짭조름한 오이를 한입 베어물면 그 짜릿한 맛에 지친 몸이 절로 살아나는 느낌이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산에서 먹는 밥상 위 별미 반찬으로 딱이다.
오이는 수분 함량이 높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도 좋고, 몸속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어 봄철 환절기에 먹기 좋은 식재료다.
특히 요즘처럼 기온 변화가 심할 때는 식욕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럴 때 상큼하고 시원한 오이 간장 무침 한 접시는 입맛을 확 돋워준다.
또한 오이에는 비타민 C와 칼륨이 풍부하여 피부미용이나 붓기 제거에도 도움을 준다.
그래서인지 고향 엄마는 오이 무침을 자주 만들어 주셨고, 우리 가족의 봄 식탁엔 늘 빠지지 않는 단골 반찬이 되었다.
요즘은 마트에서 손쉽게 오이를 구할 수 있으니, 고향에 가지 않아도 그 맛을 떠올리며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는다.
물론 엄마 손맛과는 다르지만, 오이를 썰고 양념을 넣어 무치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포근해진다.
봄 햇살이 창가로 들어올 때, 오이 무침 한 접시와 따뜻한 밥 한 공기면 하루가 참 소박하고도 행복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