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찾아오는 봄이지만, 벚꽃이 피는 이 시기는 언제나 짧고도 특별하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분홍빛 꽃잎 사이를 걷는 그 순간, 세상의 시끄러움이 잠시 멈추는 듯하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은 마치 눈처럼 쏟아지고, 그 아래를 걷는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가벼워진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조용히 꽃을 올려다보며 봄을 느낀다.
이 짧은 찰나의 계절을 기록하며, 매년 이 순간이 기다려진다. 벚꽃은 우리에게 봄의 소중함과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하루의 끝자락, 해가 지고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나는 자연스럽게 발길을 안양천으로 향했다.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래기에, 그리고 봄의 기운을 제대로 느끼기에 이보다 좋은 장소가 있을까 싶었다.
특히 이맘때의 안양천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걸음걸음마다 마치 꽃비가 내리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오늘 저녁의 안양천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저녁 노을이 서서히 사라지고 인공 조명이 하나둘씩 켜질 때, 벚꽃은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뽐냈다.
은은한 조명빛을 받은 벚꽃잎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반짝였고, 천천히 불어오는 봄바람에 흩날리며 황홀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벚꽃은 단순히 낮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조명 아래에서 더욱 도드라지는 그 연분홍빛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하루 동안 쌓였던 고민과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기분. 거기다 강물 위로 비치는 불빛과 벚꽃 그림자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풍경은,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노란 개나리꽃은 잎이 제법 많이 보인다.
봄의 꽃이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지나가야 하나보다
꽃이 주는 낭만을 올 봄에도 느끼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