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내리네.창밖 풍경이 흐릿하게 번진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를 한다. 빗소리에 묻힌 알람 소리는 평소보다 더 무심했고, 우산을 챙기는 손끝은 오늘 하루가 얼마나 축축할지 짐작하게 했다. 출근길, 빗속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하며 익숙한 골목 끝 자판기로 향했다. 작은 간이매점 옆에 붙어 있는 천 원짜리 커피 자판기. 사실 요즘은 편의점 커피나 프랜차이즈 커피에 밀려 잘 이용되지 않지만, 난 여전히 이 자판기 커피가 좋다. 아주 옛날엔 친구들과 학창시절을 보내며 나눴던 추억이, 지금은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의식이 되어 있다. 잔을 들고 뚜껑을 닫는 순간, 따뜻한 온기가 손끝을 타고 전해진다.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비..